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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보다 사망위험 2배"… 예후 나쁜 마른 지방간, 체중대신 '허리둘레' 잡아야
흔히 지방간은 술을 즐기거나 배가 나온 비만 환자의 전유물로 여겨진다. "나는 말랐으니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건강 관리에 소홀하기 쉽지만, 최근 건강검진 통계를 보면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정상 체중, 심지어 저체중인 사람에게서도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발견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문제는 마른 지방간 환자들이 자신의 상태를 건강하다고 착각해 병을 방치한다는 점이다. 전문의들은 "마른 지방간은 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고, 근육량 부족과 대사 이상이 동반되어 일반 비만 환자보다 오히려 예후가 나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소화기내과 김은주 교수(중앙대학교광명병원)와 이한아 교수(중앙대학교병원)의 자문을 통해 마른 지방간의 원인과 치명적인 합병증, 그리고 관리법을 알아본다.
지방간 환자 5명 중 1명은 '정상 체중'
살이 쪄야만 지방간이 생긴다는 것은 옛말이다. 김은주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전체 지방간 환자의 약 20% 정도가 비만이 아니거나 정상 체중"이라며 "최근 건강검진 보편화와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인해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에서 유병률이 뚜렷하게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한아 교수 역시 "최근 메타분석에 따르면 일반 인구의 약 5~11%, 전체 지방간 환자 중에서는 약 19~25%가 마른 지방간 범주로 분류된다"며 "정상 체중 군에서도 대사 위험인자가 늘어나면서 마른 지방간이 더 자주 관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체중이 아니라 '지방의 위치'가 문제… 내장지방의 습격
술도 안 마시고 뚱뚱하지도 않은데 간에 지방이 쌓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두 교수는 공통적으로 체중 자체가 아닌 '대사 이상'과 '지방의 분포'를 핵심 원인으로 지목했다. 김은주 교수는 "피하지방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저장고'인 반면, 안쪽에 쌓이는 내장지방은 유리지방산과 염증 물질을 간으로 직접 보내 지방을 쌓이게 하고 염증을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즉, 체중은 정상이라도 허리둘레가 굵은 '마른 비만' 체형이 위험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인슐린 저항성'이 더해지면 상황은 악화된다. 이한아 교수는 "내장지방이 많거나 근육이 적으면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기 쉽다"며 "이 경우 간이 지방을 더 만들고(신생지방합성 증가), 덜 태우고, 더 쌓는 방향으로 대사가 기울어 지방간이 진행된다"고 강조했다.
"근육 없는 마른 몸이 더 위험"… 사망 위험 2배 높기도
마른 지방간이 더욱 치명적인 이유는 '근감소증(Sarcopenia)'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근육은 우리 몸에서 포도당을 가장 많이 처리하는 '대사 기관'이다. 김은주 교수는 "근육이 줄면 같은 양의 식사를 해도 처리할 수 있는 포도당이 줄어든다"며 "근육량이 적은 지방간 환자일수록 간 섬유화 진행과 심혈관 위험이 더 높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예후도 좋지 않다. 이한아 교수는 "최근 대규모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마른 지방간 환자는 비만을 동반한 환자에 비해 간 관련 사건과 사망 위험이 2배 이상 높았다"며 "이는 마른 지방간이 심혈관 사건 발생 시 사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취약한 대사 질환임을 시사한다"고 경고했다.
몸무게 보다 중요한 건, '허리둘레'
그렇다면 병원에 가기 전 스스로 마른 지방간을 의심해 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전문의들은 체중계 눈금보다 '허리둘레'와 '체형'에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김은주 교수는 "한국 기준 남성 90cm, 여성 85cm 이상이면 복부비만에 해당한다"며 "BMI가 정상이더라도 허리둘레가 이 기준을 넘거나, 팔다리는 가늘고 복부나 옆구리 지방만 두드러지는 경우 의심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추가로, 이한아 교수는 최근 유럽비만학회에서 제시한 '임상적 비만' 개념을 소개하며 "BMI가 정상이라도 내장지방 증가나 지방간 등 대사 이상이 동반되어 있다면, 임상적으로는 치료가 필요한 '비만 질환 상태'로 간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치료의 기본은 생활습관 교정 ··· "근육 늘리고 탄수화물 줄여야"
현재 마른 지방간만을 완치하는 특효약은 없다. 김은주 교수는 "최근 섬유화를 동반한 환자에게 효과를 보이는 치료제가 FDA 승인을 받았으나, 모든 가이드라인에서 강조하는 치료의 기본은 결국 생활습관 교정"이라고 말했다.
우선 이한아 교수는 "근력 운동을 통해 근육량과 근력을 키워 인슐린 저항성을 낮추는 노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김은주 교수 또한 유산소 운동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근력 운동을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는 단순히 체중계의 숫자를 줄이는 것보다 실질적인 '허리둘레'를 줄이는 데 목표를 두어야 한다는 의미다.
식단 관리 역시 중요한데, 김은주 교수는 "단 음식과 당분이 많은 음료, 야식을 줄이고 단백질과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사를 유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이한아 교수도 "정제 탄수화물과 당류 섭취를 최소화하는 것이 간에서 새로운 지방이 합성되는 것을 막는 지름길"이라고 덧붙이며 식습관 교정의 중요성을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