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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암 예방 첫걸음, 헬리코박터 치료…"내성 검사부터 시행해야"
위염, 위궤양, 심지어 위암의 주요 원인균으로 알려진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이를 제거하기 위한 제균 치료는 위암 예방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최근 항생제 내성률 증가로 치료 실패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클래리스로마이신(Clarithromycin) 항생제에 대한 내성은 1차 치료의 효과를 떨어뜨리는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에 따라 항생제 투여 전 내성 유무를 확인하는 유전자 검사의 중요성이 점차 부각되고 있다.
내과 전문의 이석원 원장(이석원내과)은 "아무 항생제나 무작정 쓰는 시대는 지났다"며 "클래리스로마이신 내성 여부를 먼저 확인한 뒤 치료 전략을 세우는 것이 환자 개인의 건강은 물론 공공보건 차원에서도 바람직한 접근"이라고 강조했다. 클래리스로마이신이란 마크로라이드계 항생제로, 다양한 세균 감염 치료에 사용되며 연쇄상구균 인두염, 폐렴, 피부 감염,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 라임병 등 여러 질환에 처방되고 있다.
Q.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 전, 내성 검사를 꼭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은 단순한 위염부터 위궤양, 위암까지 유발할 수 있는 위험한 균입니다. 따라서 이 균을 제거하는 제균 치료는 위암 예방에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클래리스로마이신 내성률이 높아지면서, 내성 여부를 모른 채 치료를 시작하면 실패 가능성이 커집니다. 반면, 내성 유무를 미리 파악하고 치료하면 훨씬 더 정확하고 효과적인 처방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내성 유전자가 없는 경우에는 굳이 2주간 복용하지 않고 1주일 치료만으로도 제균이 가능합니다. 이렇게 되면 항생제 복용 기간이 짧아져 부작용은 줄고, 환자 순응도는 높아지며, 치료 성공률도 올라갑니다. 처음부터 내성 여부를 알고 시작하면 시간, 비용, 건강 모든 면에서 이점이 크기 때문에, 치료 전 내성 검사는 꼭 고려되어야 합니다.
Q. 클래리스로마이신 내성률이 왜 중요한가요? 최근 헬리코박터 치료 실패의 원인과 관계가 있나요.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의 핵심은 적절한 항생제 선택에 있습니다. 현재 1차 표준 치료에는 PPI(프로톤펌프억제제), 아목시실린, 클래리스로마이신 등의 약제가 포함되는데, 이 중 클래리스로마이신에 내성이 생기면 치료 효과가 현저히 떨어집니다.
실제로 국내 연구에 따르면 클래리스로마이신 내성률은 지역에 따라 20~40% 이상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1차 치료의 실패율이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항생제 내성, 특히 클래리스로마이신 내성은 헬리코박터 치료 실패의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Q. 클래리스로마이신 내성률이 높은데도, 여전히 1차 치료제로 사용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현실적으로 모든 환자에게 클래리스로마이신 내성 검사를 선제적으로 시행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검사에는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고,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관련 검사 장비나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환자 입장에서도 추가 검사가 부담으로 느껴질 수 있어, 여전히 표준 3제 요법(클래리스로마이신 + 아목시실린 + PPI)이 널리 사용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분자진단 기술의 발전과 건강보험 적용 확대 덕분에 내성 유전자 검사의 접근성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습니다. 내성률이 높은 현실을 고려하면, 앞으로는 환자 맞춤형 치료가 점점 더 중요한 흐름이 될 것입니다.
Q. 헬리코박터 내성 검사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나요?
현재 의료 현장에서 사용되는 내성 검사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배양 기반 감수성 검사로, 헬리코박터균을 배양한 뒤 다양한 항생제에 대한 반응을 직접 확인하는 방식입니다. 다만 이 방법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배양 성공률이 낮은 경우도 있어 일선 병원에서는 흔히 쓰이지 않습니다.
두 번째는 PCR(유전자 증폭) 기반의 분자진단 검사입니다. 이 방식은 클래리스로마이신 내성과 관련된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예를 들어 23S rRNA 유전자의 A2142G, A2143G 돌연변이—를 빠르고 정확하게 찾아냅니다. 최근에는 검사 방식도 더욱 간편해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위내시경으로 채취한 조직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대변 샘플만으로도 검사가 가능한 키트들이 개발되어 진단의 접근성과 편의성이 크게 향상됐습니다.
Q. 헬리코박터 내성 검사를 하면 어떤 점이 좋은가요?
내성 검사의 가장 큰 장점은 치료를 더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내성 유전자가 없는 경우에는 2주 동안 항생제를 복용하지 않아도 되고, 1주 요법만으로도 충분히 제균이 가능합니다. 이처럼 불필요하게 긴 치료를 피할 수 있어 항생제 부작용은 줄고, 환자도 복약에 더 잘 따르게 됩니다.
또한 치료 성공률에서도 뚜렷한 차이가 나타납니다. 내성 검사를 통해 맞춤 치료를 진행하면 1주 복용만으로도 성공률이 90% 이상에 이릅니다. 반면, 내성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2주간 표준 치료를 적용할 경우 성공률은 50~70% 수준에 그칠 수 있습니다. 즉, 처음부터 내성 여부를 알고 치료를 시작하면 시간, 비용, 건강 모든 면에서 이점이 크고, 불필요한 2차 치료로 이어지는 상황도 줄일 수 있습니다.
Q. 내성 검사가 의료 현장에서 더 널리 쓰이기 위해 어떤 점이 개선되어야 하나요?
무엇보다 의료진과 환자 모두의 인식 변화가 가장 중요합니다. 현재는 위내시경 검사에서 헬리코박터균이 발견되면, 대부분 별다른 검사 없이 곧바로 항생제 치료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이 항생제가 이 환자에게 효과가 있을까?"를 먼저 판단하고 치료를 시작하는 방식이 필요합니다.
또한 약제 부작용과 환자의 복약 순응도를 고려했을 때, 최소한의 기간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얻는 치료 전략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검사 인프라 확충, 분자진단 기술의 보급, 건강보험 지원 확대 같은 제도적 뒷받침도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Q. 환자나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는 단순히 위장 질환을 관리하는 차원을 넘어, 위암 예방과 직결되는 중요한 치료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무조건 항생제를 써서 없앤다'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할 때입니다. 균에 대한 내성 여부를 먼저 확인하고, 그 결과에 따라 환자에게 맞는 맞춤 치료 전략을 세우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이런 접근은 환자 개인의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공공보건 차원에서도 항생제 내성 문제를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